Page 95 - 전주한옥마을 골목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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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주위 여성들에게 부러움과 시샘을 불러왔다는 과일이 바로 석류인 것이다. 촘촘히 박혀 있는 석류 알을 입안에서 굴리듯 조금씩 터뜨려 먹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다.
고려사 악지의 한림별곡 편 ‘어류옥매(御榴玉梅)’에 처음 나오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는 조선 초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한다. 전주한옥마을에는 감나무며 은행나무, 모과나무와 같은 유실수가 꽤 많은 편인데, 그 중 석류나무가 있는 집들도 꽤 된다. 어쨌든 이런 ‘귀족 과일’이 우리에게는 조금 다른 정서로 다가들기도 한다.
뜰 안에 석류꽃이 마구 뚝뚝 지는 날, 떨어진 꽃이 아까워 몇 개 주워 들었더니 꽃이 그냥 지는 줄 아나? 지는 꽃이 있어야 피는 꽃도 있는 게지 지는 꽃 때문에 석류 알이 굵어지는 거 모르나? 어머니, 어머니, 지는 꽃 어머니가 나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시고, 그나저나 너는 돈 벌 생각은 않고 꽃지는거만하루종일바라보나?어머니,꽃지는날은꽃바라보는게돈 버는 거지요.
석류 알만 한 불알 두 쪽 차고앉아 나, 건들거리고.
- 안도현, 「꽃 지는 날」
시인 안도현의 시처럼 석류나무 하면 대부분 시골집 정경과 함께 소박하고 애달픈 기억을 꺼내놓곤 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찬 골방에 엎드려 야금야금 석류 알 빼먹던 기억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꽃 지는 날은 꽃 바라보는 게 돈 버는 거지요.’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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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깊은나무바람에아니뮐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