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전주한옥마을 골목길 이야기
P. 26

 산동네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전후였다. 하지만 어떤 이는 철길 위쪽에 있는 동네라 하여 ‘철로 윗동네’로 기억할 만큼 녹녹치 않은 삶이었다. 심지어는 동네가 가파르고 높은 데 있다 하여 연탄배달 값을 더 받아가기도 했다.
자만벽화마을은 그런 곳이었다. 연탄배달 값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값마저도 더 올려줘야 살 수 있는 곳. 해가 긴 여름이면 그 만큼 견뎌야 할 시간도 많은 곳. 하여 들짐승처럼 살이 오르지 않는 쓸쓸함에 배를 대고 누워 한사코 저녁을 맞아야 하는 곳. 그것이, 일본에게 명당으로서의 조건을 빼앗긴 터에 사는 사람들의 아픔이자 운명이었다.
●
사무치는 것들이 조금씩 어두워지면
통영에 동피랑마을이 있고 부산에 감천문화마을이 있다면, 전주에는 자만벽화마을이 있다. 해지기 전 두 발로 싸드락싸드락 헤집어보기 좋은 곳. 경사가 급해도 마을의 면적이 그리 넓거나 좁지 않아서 곳곳에 전주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와 쉼터가 있어 너끈히 쉬었다 가도 된다. 어쩌다 만난 마을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안성맞춤인 곳.
내친 김에 전주천 너머로 이우는 노을을 보아도 좋다. 운이 좋다면 능소화 꽃잎 색처럼 좀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이 숭어리로 져 내리는 것을 볼 수도 있으리라. 그 속에서 누군가는 미륵을 보고 가고, 또 누군가는 사는 일과 죽는 일의 덧없음을 보고 가기도 할 것이다. 딱뜨르르르 딱뜨르르르, 청한 목탁소리를 내는 가을하늘과 함께.
24 오늘여기오길잘했다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