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전주한옥마을 골목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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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벽청연(寒碧晴烟)이라 부르는 전주천
“전주천 물속은 들여다보면 가슴이 시렸다. 더욱이나 이 각시바우 치마폭 아래 이른 물살은 깎아지른 절벽에 긴 몸을 부리면서 군청같이 선명한 남빛으로 짙어진다. 웬일로 물살은 그곳에 이르면 더는 흘러가지 않을 것마냥 고요하게 깊어져, 햇빛을 받으면 은비늘 같은 파랑이 거울처럼 부서져 눈이 시었다.”
- 최명희, 미발표 소설 『제망매가』 부분
천 년 전주가 빚어온 역사와 함께 살아온 전주천. 동서학동, 풍남동, 진북동, 덕진동을 흐르는 전주의 혈맥이자 전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전주의 대표 하천이다.
전주천 물길은 임실군 관촌면 슬치고개에서 발원하여 좁은목을 지나 한벽당 아래로 흐른다. 여기서 물줄기는 계곡의 바위에 부딪쳐 흰 옥처럼 부서지면서 물길이 바뀌어 전주한옥마을을 관통한다. 옛 문인들은 이 정경이 마치 벽옥한류(碧玉寒流) 같다고 읊어 한벽청연(寒碧晴烟)이라 하여 전주 8경의 하나로 꼽았다.
예전에는 한벽당과 남천교 사이의 천변을 ‘한뎃벌’이라 불렀다. 전주천 물이 흐르며 갯벌 같은 진흙탕 골짜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주천에 제방을 쌓으면서 모래사장과 넓은 습지가 펼쳐졌던 한뎃벌 풍경은 사라지고 없다. 한뎃벌이라는 지명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사라진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한지 통을 놓고 종이를 뜨던 진풍경이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있었던 한벽보 빨래터도 지금은 아련한 이야깃거리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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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깊은나무바람에아니뮐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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