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전주한옥마을 골목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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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타지 않아 부패하지 않고 청렴한 선비정신을 뜻하는 나무이다. 하여 으레 향교에 심어지는 나무라 하지만, 유난히 문장(紋章)이 깊어 보이는 건 왜일까.
고려 공민왕 3년(1354)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전주향교는, 원래 경기전 근처에 있었다. 그러던 것이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경기전이 세워지자, 유생들 글 읽는 소리에 태조 영령이 편히 쉴 수 없다 하여 1603년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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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웅나무가 된 전주향교 은행나무
수령이 약 420여 년이나 되는 이곳의 은행나무는 바로 그때 심어진 것들이다. 그 나이만큼 몸테도 굵어 둘레가 자그마치 10.4m에 높이가 32m에 이른다. 잎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하는 은행나무는, 원래 암수가 서로 마주보아야 열매를 맺는 독특한 생리가 있다. 수컷은 최대한 꽃가루를 멀리 퍼뜨리기 위해 하늘로 솟구치고, 암컷은 꽃가루를 많이 받아내기 위해 표면적을 넓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주향교 대성전 우측에 있는 은행나무는 수컷이 암컷으로 변하여 은행이 열리게 되었다. 그것이 기특하여서인지 전주향교 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꼭 자웅나무가 된 이 나무에 열리는 은행을 따서 쓴다고 한다.
전주향교에서는 장대로 턴 은행을 가마니에 담아 담장 옆으로 길게 지어진 창고 안에 보관해두곤 했다. 그리고는 가마니에 담아놓은 은행 껍질이 썩어 구린내가 진동할 즈음, 전주천 냇가로 가져가 발로 밟아서 껍질을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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