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주한옥마을 골목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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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낮아도 역사는 깊어
그 날 밤 견훤 왕은 밤새도록 소리 없이 울었다. 이미 정한 운명이었지만, 눈앞에 이르니 가슴이 저리었다. 더욱이 자기 평생을 공을 다 들여서 쌓은 탑이 지금 무너지는데 자기가 그것을 붙드는 데 일호(一毫)의 힘도 가할 수 없고, 도리어 무너뜨리는 편에 붙어서 방관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 더욱이 애달팠다.
- 김동인, 중편소설 『견훤』 中에서
길은 ‘떠남’과 ‘돌아옴’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러나 떠나지 않는 길은 한낱 허상일 뿐이고, 돌아오지 않는 길은 허망하다. 견훤 왕이 건국한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서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유적과 명승지를 간직하고 있는 전주. 전주한옥마을에 인접해 있는 승암산은, 산은 낮아도 역사는 깊다. 견훤 왕의 숨죽인 울음소리가 묻어 있는 그 산 생긴 대로의 길 위에 몸을 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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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 견훤 왕궁 터 동고산성(東固山城)
승암산 입구 단군성전 조금 못 미쳐 우측으로 난 길을 돌아 올라가면 동고산성이 나온다.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성으로, 약 900여 년 전 견훤이 완산주 즉 지금의 전주에 도읍을 정하고 후백제의 왕궁 터로 삼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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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골목길의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