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전주한옥마을 골목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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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렀다. 미륵을 ‘사랑 자(慈)’라는 한문이 들어간 자씨(慈氏)로 의역하여 흔히 ‘자씨보살’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승암산과 자만동 사이에는 고봉으로 밥을 담은 그릇과 같은 작은 봉우리도 있다. 이름 하여 발산(發山)이다. 발산은 스님들이 공양하는 밥그릇인 발우, 즉 바릿대를 의미한다 했던가. 멀리서 바라보면 그 형세가 참선을 마친 노승이 발우를 들고 탁발하러 가는 형상과 같다고 하는 산.
“내 가사와 바릿대를 보관했다가 미륵불이 출현하면 건네주어라.”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께서 제자인 가섭존자에게 이른 말이다. 그러고 보면 발산은 가섭존자가 부처님 발우를 머리에 이고 있는 산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자만동은 미륵불이 상주하는 마을이니, 자연스레 미래의 구세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염원이 깃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높이 306m밖에 되지 않는 승암산에 서쪽 벽송암과 기린사, 북쪽의 선린사에 이어 남쪽의 동고사와 일광암, 수도암, 보석사, 무애사 등 크고 작은 절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불가에서는 승암산이 무엇보다 조선 후기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알려져 있는 경허선사(鏡虛禪師)가 탄생한 곳이라 하여 더욱 중요시 되는 곳이기도 하다.
승암산을 일러 요즘에는 순교자의 옛말인 ‘치명자산’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천주교회가 박해받던 시기의 많은 순교자들의 묘지와 수도원 등 천주교 성지가 있어서다. 사실 승암산이라고 부르기 전 이 산은, 민간신앙이 깃들어 있는‘성황산(城隍山)’이었다. 그러나 성황산이든, 혹은 승암산이든 치명자산이든 간에 그 이름 부르는 것에 대해 서로 아옹다옹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20 오늘여기오길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