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7 - 전주한옥마을 골목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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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손길이 지나간 듯 골목길과 집이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집인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거대한 정원도시를 연출하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근본으로 삼아 지세를 함부로 변형하지 않으려는 세심한 배려 또한 묻어난다. 즉 이곳 사람들은 자연을 거역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더욱 살갑게 느껴지는 이곳의 집들은 집마다 문이 열려 있어 대뜸 들어가서 구경해도 된다. 하여 좁은 골목들은 ‘낯설게 산책할 수 있는 비밀의 문’과도 같다.
또 하나의 특징은 ‘막다른 골목’에 있다. 잔 꽃들이 피어 있는 집 「꽃자리」처럼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골목 끝은, ‘막다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 있다. 다 왔다고 여겨졌을 때 예쁜 한옥의 마당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정원과 연결되고, 주변 집들과, 사람과, 하늘과 연결된다. 그리하여 이 막다른 골목들은 하나의 들뜬 희망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토담집 맞은편 쪽에 직선으로 쭉 뻗은 「등용재」와 「이택구사랑채」 골목도 마찬가지다. 특이하게도 대나무를 덧대어 만든 담장에서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의 꽃심’이 만져진다. 거친 듯하지만, 뒷모습이 실하여 미덥고 허전하지 않은 길. 이 길의 끝에서도 예외 없이 끝까지 왔다고 여겨지지 않는 꿈의 공간과 닿는다. 정원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직접 그린 그림을 담은 크고 작은 액자들을 놓아두어 뚝뚝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 놓은 땅,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 최명희길의 집들은 어느 집이나 내 집 같다. 들어가 눕는 대로 꽃을피울수있는강인한힘이존재하는,그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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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깊은물가뭄에아니그츨쌔

